수능 이야기가 요즘 핫하니
수능을 쳐보지 못한 마지막 세대 1974년생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군요.
비운의 5차 교육과정 첫 세대입니다.
고등학교 1학년부터 교과서가 다 바뀝니다. 헌책을 살 수 없었습니다. 참고서도 마찬가지..
더 문제는 그때만해도 날로 먹던 교사들이 교과서가 바뀌니 버벅거리기 시작했습니다. 결론은 학생이나 선생이 같이 배워나가던 정겨웠던 시기였습니다.
고등학교 3학년때 롯데가 우승합니다. 그 뒤 수능이후 세대는 롯데의 우승을 한 번도 보지 못했습니다.
롯데 우승으로 부산은 여름 내내 월드컵 4강 광화문 분위기였습니다. 야자 시간에 몰래 야구중계 안듣던 놈이 없었지요.
학력고사 마지막 세대입니다.
첫 교과서로 공부를 하고, 재수하면 수능을 봐야된다는 공포가 컸습니다.
그땐 선지원 후시험 제도라 막판 눈치작전이 사상 최대였습니다.
그 와중에 눈치게임 승자도 있어서 미달로 합격한 친구도 있다는...
결국 어마어마한 하향지원으로 어찌저찌 대학을 갑니다. 1학년 마치고 군대를 가려고요.
2학년 여름에 사상 최대의 무더위가 찾아옵니다. 공교롭게도 8월로 입대 날짜를 받았습니다.
덥습니다. 너무 덥습니다. 군대가기 싫었습니다. 근데, 7월에 갑자기 김일성이 사망합니다. 전군에 비상이 내렸답니다. 별 일은 없었지만 무서웠습니다. ㅠㅠ
군대에서 휴가만 나오면 사람들이 죽어나갑니다. 포상휴가 나가니 다리가 무너졌다고 합니다. 일병 휴가 나가니 지하철 가스 폭팔사고, 그다음 휴가 나가니 백화점이 무너졌다고 합니다. 차라리 군대가 더 안전하다고 생각하고 무사히 전역을 앞두고 있었습니다. 전역을 딱 한 달 앞둔 시전에 강릉에서 무장공비가 내려왔습니다. 당시 가평에서 말년을 보내고 휴양소 갈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비상이 걸립니다. 전역 못하는 줄 알았습니다. 제대 전날까지 군장차고 있었습니다. ㅠㅠ
졸업을 했습니다. 다들 어학연수다 배낭여행이다 정신이 없습니다. 10달간 알바나 하자고 하고 알미늄 샷시 공장에 갔습니다. 최저임금 1200원 쯤 된 것 같습니다. 열심히 일했습니다. 대학교 복학하고 대충 수업만 잘 들으면 취업할 수 있을것 같았습니다. 근데 졸업도 하기 전에 IMF가 터졌습니다. 그 좋던 자리들이 갑자기 씨가 말랐습니다.
어찌저찌 취직을 했습니다. 근데 갑자기 컴퓨터, 인터넷 광풍이 몰아칩니다. 피피티란걸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그전엔 궤도라는 걸로 종이를 넘기면 되었는데 컴퓨터로 뭔가 만들어야 된답니다. 워드, 엑셀 시작했습니다. 스타크래프트라는 게임이 유행해서 당구장에 이제 사람들이 가지 않습니다. 그렇습니다. 배워야 될게 너무 많습니다. 못하면 밑에서 치고, 위에서 까입니다. 돌돌이 전화, 누르는 전화, 삐삐, 시티폰, PCS, 2G, ,3G, PDA, 스마트폰 다 써봤습니다. 저장장치도 천공, 테이프, 5인치, 3.52인치, CD, DVD, USB 다 써봤습니다.
돌이켜보면 시대의 시작은 꼭 74년생 부터였던것 같습니다. 지금은 고령화 사회 감당도 74년생 부터 시작인듯 하네요.
그래도 인생에 좋았던 점은 교복자율화 세대라서 학교 다닐때도 술, 담배, 극장, 연애는 정말 자유롭게 했다는거..
이상 구시대의 막내, 새시대의 방패 비운의 74년생입니다.